[우리 술 답사기] (46) 강원 양양 ‘양양술곳간’
귀촌해 제2 인생 찾다 만난 ‘술’ 웬만한 술빚기 서적 전부 탐독 2020년 추석무렵 첫작품 내놔 멥쌀·찹쌀 1대2 비율로 사용 최적 찹쌀 찾고자 손수 재배도 깔끔하고 경쾌한 맛 ‘모든날에’ ‘양지백주’ 고소한 풍미가 일품 |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김정녀 ‘양양술곳간’ 대표(57)와 안상호 이사(57)는 부부로 동고동락하며 7년째 강원 양양에서 술을 빚고 있다. 2020년 추석 무렵 ‘양양술곳간’은 대중에게 첫 술을 내놨다. ‘한가지를 해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매일 도전하며 사는 이들을 서울 종로구 전통주갤러리에서 만났다. |
김정녀 ‘양양술곳간’ 대표(왼쪽)와 안상호 이사 부부가 손수 빚은 술을 보여주고 있다.
“‘둘이 하면 망해도 괜찮다. 같이 이겨내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어요. 제가 술을 빚으면 남편이 평가해주죠.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에요.”
김 대표와 안 이사는 도시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였다.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자 양양에 귀촌해 제2의 인생을 모색하다 만난 게 술 빚기다. 양양은 안 이사 고향이기도 하다. 수업을 들으며 술의 매력에 흠뻑 빠진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술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후발주자라는 생각에 걱정도 많았다.
“은퇴할 나이에 술 빚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책 읽고 공부하는 건 남들보다 잘할 수 있겠더라고요. 한국에서 나온 웬만한 술 빚기 서적은 전부 구해서 공부했죠. 요즘도 ‘글로 배운 술’을 만든다고 농담하곤 해요.”
그렇게 탄생한 술이 약주인 <모든날에(15도)>와 막걸리인 <양지백주(15도)>다. <모든날에>는 ‘우리가 만든 술로 모든 날에 많은 사람과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양지백주>는 ‘양양술곳간’의 옛 이름인 ‘양지’와 고서에서 막걸리를 ‘백주(白酒)’로 부르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술은 멥쌀과 찹쌀 비율을 1대2로 사용한다. 양양 강현농협에서 품질 좋은 쌀을 공급받는 게 비결이다. 찹쌀 비율이 높은데도 두가지 술 모두 당도가 낮고 드라이한 느낌이 강하다. 세번 담근 삼양주라 도수도 높은 편이다.
<모든날에>는 한달∼한달반 정도 발효, 120일간 항아리에서 저온숙성해낸 약주다. ‘저온침전여과’ 방식으로 여과기를 쓰지 않고 술을 가라앉힌 다음 윗부분 술을 떠내 탁도가 약간 있다. 기분 좋은 경쾌한 산미가 있으며, 입안에 머금다 넘기면 남는 것 없이 깔끔하다.
<양지백주>는 30일간 저온숙성한 막걸리로, 막걸리치곤 도수가 높다. 탄산감이 없으며 미숫가루 같은 질감이 난다. 산미가 지배적이지만 그렇다고 단맛이 없는 건 아니다. 술을 식도로 넘기기 전 고소한 쌀향과 함께 가벼운 참외향이 여운처럼 남는다. 도수가 부담스러우면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로 마셔도 좋으나 김 대표는 작은 술잔에 막걸리 그대로 마시는 걸 추천한다.
“주로 지역마켓을 통해 ‘양양술곳간’의 술을 선보이고 있어요. 마셔본 분들이 ‘맛있다’ ‘최고다’ 칭찬을 해주면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하죠.”
‘양양술곳간’은 최근 찹쌀 재배에도 도전하고 있다. 찹쌀도 품종이 다양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품종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술에 어울리는 최적의 찹쌀을 찾고자 올해부터 2600㎡(800평) 규모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가누룩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현재는 술을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누룩을 사서 쓰고 있지만, 앞으론 ‘양양술곳간’만의 누룩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내년엔 증류주 생산도 계획 중이다. 또 양양 특산물을 활용한 색다른 술도 차근차근 빚어볼 예정이다. ‘양양술곳간’에만 와야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계절주’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이 은퇴 전보다 바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식하면 무섭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으니 더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일단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술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그리고 양양에 놀러 온 분들을 통해 ‘이 집 술 참 맛있다!’라고 감탄이 나오는 술로 소문나길 바랍니다.”
<모든날에>는 500㎖ 기준 2만8000원, <양지백주>는 2만원이다.
박준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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