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2011년 12월 곡성 토종조사에서

고재순 2012. 2. 1. 10:07

 

2011년 12월 15일, 전남 곡성 겸면에는 때 아닌 개나리가 피어 있었습니다.

다른 면에는 피지 않았는데 말이죠.

개나리가 피는 절기를 고려한다면 감자를 심어야 할 때인 셈이죠.

초봄의 날씨가 연일 계속 되었으니 개나리가 피었던 게지요.

남쪽이라 이런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농사에 기후변화에 겁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사막에서도 먹고 사는데....

각설하고

문제는 너무 많이 먹는데 문제가 있는 게지요.

자신을 돌아보면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밥상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늘어져 있는 지

생활 유지 이상의 것들을 얼마나 입 안으로 넣는지, 또 배설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루에 한 덩이 싼 똥을 매일 퇴비칸으로 걷어내면서 생각하곤 합니다. 

 

 

이번 토종조사에서는 320여종을 찾아냈습니다. 그 중에서 고추. 이 고추는 수십년을

받아왔는데, 자식들이 이 고추만을 찾는다고 합니다.

모양은 대화초와 노가리초를 닮았는데, 정말 맛이 좋게 생겼습니다.

올해는 같은 지역에서 나온 종자를 심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담배상추입니다. 그 옆에는 올마늘이구요. 겨울이 오기전에 이렇게 자라고 일찍 수확하는데

사이짓기로 상추를 심습니다. 담배상추도 인기 최고입니다. 참 맛있습니다.

 

 

감자도 찾아냈습니다. 그동안 토종감자로 강화와 울릉감자를 먹었는데 사실 맛이

수미종자보다 별로였지요. 이 감자는 선농처럼 푸석하고 맛좋다고 합니다.

기대해봐야겠어요. 모양은 강화흰감자처럼 생겼네요.

 

 

 장날, 직접 캐어 말린 것을 가지고 나왔는데, 틀린 철자를 안박사님이 고쳐 놓았지요.

굳이 그럴 필요없다고 만류했지요. 정겨움으로 얼굴에는 사뭇 웃음이 오릅니다.

겨울에 몸보신을 위해 그냥 먹는 약초들이죠. 

 

 

토종 흰콩을 어떻게 구별할까요?

아시는 분 있나요?

이 콩은 토종콩입니다. 한 번도 갈지 않은.  백태는 토종콩이 확실히 맛있습니다.

 

 

사진기록이 별로 없어서 일단 요것만  올립니다.

생활문화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 편이라 종자는 어째튼 나중에 정리할 예정이니까요.

올해는 제가 이 지역을 추천하고 농진청 유전자원센터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찾아낸 320여종 제가 원하는 품종이 다 있어서 무척 기쁨니다.

토종종자를 확대보급하는 일에서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평생을 해온 밭찰벼도 찾았습니다.

물을 끌어 올릴 수 없는 다락논에 심게 되어서 째지게 기분 좋았습니다.

이곳은 괴산보다 더 촌스럽고 예전에 식의주 생활모습이 더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울 것도 더 많았습니다.

 

사람은 낳아서 도시로 보내라고 했다지요.

그건 문명의 초기에 하는 말이고, 지금은 사람은 더욱 촌스럽고 촌스러운 시골에 보내야 하지요.

생태적 삶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져야 하는 것.

언젠가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그 재앙들이 오겠지요. 

그 재앙이 닥치기 전에 스스로 인구 줄이는데 실천하는 것도 그 방편이겠지요. 헐헐.  

 

 

출처 : 연두자립마을
글쓴이 : 단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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