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어느 한 부부가 술 한 동이를 지고 장터로 팔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두 술을
좋아한다.
그래 서로 굳게 약속하기를 부부지만은 술은 절대 공으로나 또는 외상으로 먹을 수 없기로 작정한 것이다.
고개를 넘다가 숭차서
영감이 지게를 내려 놓자고 하여 쉬게 되었다.
영감이 몹시 목이 컬컬해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술 한 모금만 마셨으면 좋겠는데 마나님과 약속한 바가 있는 지라 함부로 먹자는 소리를 못한다. 가만히 주머니를 만져 보니 엽전 한냥이 들어 있다.
옳다 됐다 하고서 마누라에게
"여보, 돈만 내면 나도 이 술을 먹을 수 있겠지?"
"그야 물론이지요. 돈만 낸다면야....."
영감이 엽전 한 냥을 꺼내며
"자, 이걸로 두 잔만 먹지,"
하고는 조그만 바가지로 두 잔을 떠 마셨다.
마누라가 보니, 이건 참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누라가 영감더러
"나두 돈만 내면 먹을 수 있겠지요?"
하였다.
"아무렴, 먹을 수 있다마다,"
마누라는 영감한테서 금방 받은 엽전 한 냥을 영감 손에 쥐어 주면서
"자, 나도 이걸로 두 잔을 먹겠소,"
하고는 술을 마셨다.
이렇게 하여 술 한 동이를 두 내외가 다 먹어 버렸는데, 맨 나중 돈은 역시 영감 주머니로 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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