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대학생 농사꾼 임창욱
폭염이 내리쬐던 8월 6일, 전남 영암의 ‘(주)영암 유기농 호두 농장’에서 대학생 농사꾼 임창욱(25) 대표를 만났다.호두 농장은 임야 19만8000㎡(6만평)이다. 농장 입구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는 산을 좌우로 둘러봤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꽤 넓었다. 이날 임 대표는 차로 임도를 다니면서 호두 나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호두는 물을 싫어해요” 호두 나무의 특성을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그래서 호두 나무는 물빠짐이 좋은 비탈진 산에 심는다고 했다. 호두 나무가 왜 밭이 아닌 산에 많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비가 쉬지않고 내리는 바람에 올해 작황이 너무 좋지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변의 상당수 호두 나무는 1주일째 햇볕없이 계속 내린 비때문인지 잎이 시들거나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스물다섯살의 대학생 농부, 그의 첫 인상은 호두 나무에 진심이었다. 앳돼 보이는 얼굴이지만 구리빛 톤의 피부에서 농부의 모습이 묻어났다.
임 대표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군대까지 마쳤다. 전역 후 임 대표는 전남대 원예학과에 입학했다. 농부가 되기위해 농대에 진학한 것이다. 군 제대 후 잠깐씩 여러가지 일을 해봤지만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 “미래 전망 있는 것을 찾아다녔어요” 임 대표는 기후변화와 전쟁 등으로 농작물 수확과 가격이 널뛰기 하는 것을 보고 농사가 미래에 유망한 직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공무원 출신인 아버지도 농부가 되는 것을 적극 권장했다.
임 대표는 3년 전 대학 입학과 동시에 유기농 호두 농장의 농부가 됐다. 나홀로 귀농한 셈이다. 그는 농부가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가 13년 전에 고향인 영암에 임야를 사고 10여년 전부터 호두 나무를 심어왔기때문이다. 19만8000㎡ 임야에 2000주의 호두 나무가 자리고 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아버지 호두 농장을 물려받았다.
평일에는 대학이 있는 광주에서 살고 주말과 휴일에는 영암의 호두 농장에서 지낸다. 벌써 3년째 대학생과 농부의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생 농부의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주위의 시선을 꼽았다. “젊은 청년이 왜 농사를 짓느냐” “무슨 이유로 이런 시골까지 내려왔느냐”와 같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마을사람과 교류가 잦으면서 이런 시선은 엷어지고 있다.
임 대표는 지금의 대학생과 농부의 이중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학교 공부와 농사를 함께 하려면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아무래도 농사철이 되면 학교보다는 농장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그가 공부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히 호두 나무 재배법이다. 영어 원서는 물론 농업 잡지 등을 보면서 호두 나무의 가장 좋은 재배방법을 찾고 있다.
국내 호두 농사 정보가 없는 것도 그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호두 주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다. 국내 대규모 호두 농장은 채 10곳이 되지 않는다. 호두 농가 대부분은 수년간 지어본 경험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호두 나무 재배법을 아는 전문기관이 없어요” 그는 호두 농사를 지으면서 어디에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게 가장 난처하다고 했다.
임 대표의 단기 목표는 전국 호두 농가의 네트워크화다. 다른 작목처럼 호두 농가들의 연합체를 만드는 것이다. 호두 농사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효과적인 재배 방법 등을 세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정상적으로 자랄 때 호두 열매
호두 나무 수확은 어떤지 물어봤다. 임 대표는 그런대로 괜찮다고 했다. 호두 열매는 3가지 종류로 나뉜다. 파란색의 겉껍질 채 있는 게 청피 호두다. 청피 호두에서 겉껍질을 벗겨내면 나오는 딱딱한 둥근 모양의 알이 알호두다. 알호두를 깨뜨리면 사람 뇌처럼 생긴 모양의 내용물이 나오는데, 그게 피호두다.
임 대표가 지난해 수확한 호두는 청피로 20t이다. 청피 호두는 ㎏당 3만∼4만원에 거래된다. 한해 수입은 6000만∼8000만원이다. 호두 수확량은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호두 나무는 3년생 묘목을 심고 5년 정도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임 대표의 호도 나무는 매년 심고 있어 시간이 지날 수록 열매 맺는 나무가 늘어난다. 100년까지 사는 호도 나무는 대개 20년이 돼야 성년으로 본다. 60년까지는 수확이 가능하다
올해 계속된 장마로 잎이 시든 호두 열매.
임 대표는 판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수확한 호두는 바로 판매해 재고가 없다. 주로 지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판매 통로다. 한번 구입한 고객이 또 사거나 주변에 소개해 주면서 고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호두 농사는 수확철이 가장 바쁘다. 사람이 호두를 직접 따야해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수확철에는 대학의 친구들이 도와줘요” 수확철 그의 우군은 대학 친구들이다.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친구들이 내 일처럼 달려와 일손을 보탠다. 청피로 수확한 호두는 기계로 껍질을 벗겨내는 게 첫 작업이다. 알호두를 세척해 건조한 후 두 달가량 숙성을 시킨다. 이 과정을 거쳐야 판매가 가능하다.
임 대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알호두가 아닌 피호두를 판매할 생각이다. 피호두가 알호두보다 판매가격이 2배가량 더 높기때문이다. 하지만 알호두를 피호두로 만드는 과정 모두가 수작업이다. 임 대표는 이 과정을 기계화할 생각이다. 그는 전국의 알호두를 모두 사들여 기계화로 피호두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품질 개량, 임 대표가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호두 나무에 퇴비량과 맛의 상관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 농장 한켠에 호두 나무 시범블럭을 만들어 퇴비량과 성장 속도, 단맛·쓴맛 정도 등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
호두 농사꾼인 임 대표는 정작 호두를 먹지 못한다. 호두 알레르기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서 호두 선도농가가 되는 게 목표다. “다른 사람이 내가 생산한 호두를 먹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해요” 그가 귀농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영암=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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