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재배

마늘농사 기계화땐 775만원 덜 든다

고재순 2023. 11. 4. 17:13

정부, 밭농업 대상 경제성 분석
양파는 687만원 절감 효과
노동시간도 80%가량 줄어

정부, 밭농업 대상 경제성 분석
양파는 687만원 절감 효과
노동시간도 80%가량 줄어

 
게티이미지뱅크
밭농업 기계화로 마늘·양파의 경우 농지 1㏊당 농작업 비용을 7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밭농업 기계화에 대한 실질적인 경제성 분석이 도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7월 농촌진흥청을 통해 ‘밭농업 기계화 우수모델 육성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경제성 분석을 진행했다. 우수모델 육성사업은 마늘·양파 주산지의 밭농업 기계화 확산을 위해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의 농기계 구입비, 기계화 기반 조성비, 작목반별 농기계 장기 임대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농진청은 지난해 첫 사업에 참여한 마늘 주산지 경북 영천, 경남 창녕과 양파 주산지 전남 무안, 경남 함양 등 4개 지역의 20농가를 대상으로 밭농업 기계화의 비용·노동시간 절감 효과를 분석했다. 비용에는 경영주 본인과 가족의 인건비를 포함했다. 사업 참여농가가 파종기·줄기절단기·굴취기 등 각자 필요한 농기계의 임차료를 지불한다는 점도 감안했다.
조사 결과 1㏊ 규모로 마늘·양파 농사를 지을 때 기계화를 통해 각각 평균 775만원·687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늘의 경우 사람 손으로 농작업을 할 때는 1㏊당 1054만원, 기계로 작업할 때는 279만원이 들었다. 양파는 인력으로 경작하면 1㏊당 899만원이 드는 반면 기계화의 경우 212만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기계화로 노동시간도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늘은 인력으로 재배·수확 등을 할 때 1㏊당 평균 517시간이 걸렸다면 기계를 사용하면 124시간이 소요되는 등 노동시간이 76% 감소했다. 같은 경우 양파는 노동시간이 1㏊당 평균 452시간에서 82시간으로 81.9% 줄었다.
이번 결과는 조사 대상인 20농가의 사례를 평균으로 산출한 것이다. 농작업 전반에 기계를 활용한 일부 농가는 높은 수준의 비용·노동시간 절감 효과를 봤다. 6.6㏊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A농가는 밭농업 기계화 우수모델 육성사업을 통해 파종기·줄기절단기 등을 빌려 활용했다. 파종기가 없을 땐 하루 한명이 297.5㎡(90평)씩 작업하는 등 모두 222명분의 인건비로 3666만원을 썼다. 파종기 1대를 투입하고 나서는 2명이 하루 7438㎡(2250평)씩 작업할 수 있게 되면서 17.7명분의 인건비(293만3000원)만 들었다. 여기에 파종기 임차료(18만원)와 유류비(19만8000원)를 더해도 기계화 전보다 3330만원 이상 비용이 절감됐다. 6.6㏊ 농지에 대한 파종 노동시간 역시 1776시간에서 142시간으로 92% 줄었다. 수확작업에는 비용 3150만원, 노동시간 1557시간 감소 효과를 봤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경제성을 확인한 만큼 밭농업 기계화 우수모델 육성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마늘·양파 주산지 6곳에 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내년에는 15곳, 2025년에는 모든 주산지(27곳)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동현 농진청 연구관은 “최근 농업인력 일당을 조사해본 결과 19만∼20만원까지 오른 곳이 있을 정도로 농촌 인력난이 심각해 기계화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그간 밭농업 기계화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성 분석 자료가 없었던 만큼 이번 조사가 밭농가들이 기계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밭농업 기계화율은 지난해 기준 63.3%에 그친다. 밭작물은 종류와 재배 방식이 다양한 데다 농작업 과정이 복잡해 기계화율 진척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력난에 허덕이는 농업계에선 밭농업 기계화 확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현재 낮은 수준인 파종·정식·수확 기계화율을 확대해 밭농업 기계화에 대한 현장 체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밭농업의 규모화·기계화를 위해선 주산지를 기반으로 한 기계화 사업모델 발굴·확대와 함께 밭기반 정비사업도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