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1717

새해 마음

이해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 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은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좋은글 좋은말 2023.01.07

별 하나

별 하나 김용택 당신이 어두우시면 저도 어두워요. 당신이 밝으시면 저도 밝아요. ​ 언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있는 내게 당신은 닿아 있으니까요. 힘 내시어요. ​ 나는 힘 없지만 내 사랑은 힘 있으리라 믿어요. ​ 내 귀한 당신께 햇살 가득하시길 당신 발걸음 힘 차고 날래시길 빌어드려요. ​ 그러면서 그러시면서 언제나 당신 따르는 별 하나 있는 줄 생각해 내시어 가끔가끔 하늘을 쳐다보시어요. ​거기 나는 까만 하늘에 그냥 깜박거릴게요.

좋은글 좋은말 2023.01.07

참나무 장작

참나무 장작 도종환 ​ 참나무 장작은 소리 없이 탄다 속삭이듯 가끔씩 던지는 다비의 숨소리와 살아서 나무 속을 돌아나오는 푸른 불꽃이 오래오래 저를 태우고 다른 것의 밑불이 된다 불똥을 밖으로 휙휙 내던지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타는 낙엽송과는 다르다 소나무나 아까시나무 장작처럼 제 몸보다 긴 검붉은 불꽃을 휘감아올리며 순식간에 작열하게 타지도 않는다 그러나 잉걸불이 되어 한밤중까지 환한 것은 참나무다 희고 따순 재를 살짝 걷어내면 새벽까지 안으로 타는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참나무다 소리 없이 제일 늦게까지 제 몸을 태우며 남아 있는 것은 ​『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2006)

좋은글 좋은말 2023.01.07

등 터지던 새우에서 고래가 된 한국

한국은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역할을 할 제3의 고래가 됐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 국제관계학 교수인 리몬 파첸코 파르도박사가 최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책을 펴냈다 제목은 '새우에서 고래로 잊힌 전쟁에서 K팝까지의 한국'이다 이 책은 지난1000여 년 역사 내내 한국은 열강들 사이에서 눈치껏 운신해야 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특히 한반도 영토와 주민들을 차지하려고 노리며 문화를 자기네 것으로 바꿔버리려던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시달려온 처절한 과거를 소개한다 그렇게 등이 터졌고 또 언제다시 터질지 몰라 노심초사하던 새우가 스스로 고래가 됐고, 열강이 됐다고 파첸코 파르도 교수는 말한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배터리, 휴대폰 등을 발판으로 세계 10..

좋은글 좋은말 2023.01.07

늑대와 학!

늑대와 학 어느 날 배고픈 늑대가 허겁지겁 생선을 먹다가 그만 목에 가시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늑대는 따끔거리는 가시를 뽑아내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목의 가시를 뽑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긴 주둥이를 가진 학 한 마리가 지나가자 늑대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보게 친구, 자네의 긴 주둥이로 내 목의 가시를 좀 뽑아줄 수 있겠나? 사례는 충분히 하겠네." 학은 늑대의 입에 머리를 들이밀어야 할 생각을 하니 겁이 났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늑대의 모습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학은 늑대의 입에 긴 주둥이를 집어넣고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어렵게 뽑아냈습니다. 그리고 학은 늑대에게 말했습니다. "약속한 사례비를 좀 주시지요." 그러자 늑대는 벌컥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입에 머리..

좋은글 좋은말 2023.01.01

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 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좋은글 좋은말 2022.12.31

겨울 아가

겨울 아가 / 이해인 하얀 배추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 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좋은글 좋은말 2022.12.31

나에게 내가 묻고 싶다

나에게 내가 묻고 싶다 / 나태주 쌀 한 톨 얻어내려면 농부님네 손길이 여든 여덟 번이나 스쳐 쌀 한 톨이라는데 그래서 한자로 쌀미자(米)가 쌀미자가 되었다는데 그리도 소중한 쌀 한 톨 모여 수 백톨, 아니 수 백 톨이 모여 (어쩌면 천 톨이 될지도 몰라) 쌀밥 한 사발이고 쌀밥 한 숟갈인데 그것도 쌀들이 제 목숨 바쳐 사람에게 던져주어 쌀밥인데 그런 쌀밥 끼니마다 한 그릇씩 뚝딱 먹어치우고 나는 오늘 무슨 일을 했는가 무슨 말을 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가 더불어 채소반찬에다가 고기반찬, 과일까지 얹어 먹었으니 그것들 모두 제 생목숨 끊어 사람에게 산 제사 지내어 모두가 반찬이고 음식이고 과일인데 소의 살점, 돼지나 닭의 살점 빌려 먹는 건데 나는 오늘 그토록 소중한 남의 목숨의 잔치 세 번이나 먹고 나서..

좋은글 좋은말 202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