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말 1717

우중유제(雨中有題)

우중유제(雨中有題) 서정주 ​ 신라의 어느 사내 진땀 흘리며 계집과 수풀에서 그 짓 하고 있다가 떠러지는 홍시에 마음이 쏠려 또그르르 그만 그리로 굴러가버리듯 나도 이젠 고로초롬만 살았으면 싶어라. ​ 쏘내기속 청솔 방울 약으로 보고 있다가 어쩌면 고로초롬은 될법도 해라. ​ -서정주, ‘질마재신화 중 우중유제(雨中有題)’ 1975

좋은글 좋은말 2023.05.13

돈(?) 좀 쓰러 갑니다

♡ 내 돈이란....♡ 내가 살아있는 동안 쓰고가는 돈만이 내돈이라고 합니다. 칠십을 훨씬 넘긴 노인 한분이 죽고난뒤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 앞에서 하소연을 합니다. "염라대왕님 저는 너무 억울 합니다. 돈을 벌게했으면 그 돈을 쓸시간도 주어야지, 그 많은 돈 한푼도 못써보고 그냥왔으니 억울해서 못 죽겠읍니다." 그러자 염라대왕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에게 돈쓸 시간을 주었지만 네가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그냥 무시해버린 것 아니냐...?" "돈 쓸 시간을 언제 주었는지요...?" "세번이나 알려주었지만 너는 그냥 무시하였느니라. 첫번째는, 너의 검은 머리카락이 횐색으로 변했을 것인데 늙음의 시작인 줄 몰랐드냐? 두번째는, 너의 시력이 약해져서 앞이 잘보이지 않았을 텐데 죽음이 가까이온 줄 몰랐드냐 ..

좋은글 좋은말 2023.05.13

홀로와 더불어

홀로와 더불어 구 상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좋은글 좋은말 2023.05.07

작년에 피었던 꽃

작년에 피었던 꽃 / 김용택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은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좋은글 좋은말 2023.05.05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용혜원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누구든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고 눈길이 통하고 언어가 통하는 사람과 잠시만이라도 같이 있고 싶습니다. 살아감이 괴로울 때는 만나는 사람이 있으면 힘이 생깁니다. 살아감이 지루할 때면 보고픈 사람이 있으면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도 사람은 많은데 모두 다 바라보면 멋쩍은 모습으로 떠나가고 때론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외면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친구라 불러도 좋고 사랑하는이라 불러도 좋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좋은글 좋은말 2023.05.05

행복을 여는 커피

행복을 여는 커피 윤보영 마음 따라가서 잡고 보니 당신 손이었습니다 커피 향기처럼 부드럽고 언덕처럼 편안하고 당신 손을 잡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꽃이 핀 정원을 걷고 있습니다 나비가 되었다가 따뜻한 햇볕이 되기도 하고 풀벌레 소리가 되었다가 꽃잎을 흔드는 바람도 되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이제 습관처럼 당신 손을 잡는데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보듬어 잡고 있는 커피 잔이 참 따뜻합니다

좋은글 좋은말 2023.05.05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종환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서로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 주지만 바람을 막아 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대와 나도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이 깊고 푸르게 만들어 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않고 산은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좋은말 2023.05.01

미움과 용서

미움과 용서 / 김용택 상대방의 욕심이 당신을 화나게 할 땐 너그러운 웃음으로 되갚아 주세요 상대방의 거친 말투가 당신을 화나게 할 땐 부드러운 말씨로 되갚아 주세요 상대방의 오만불손함이 당신을 화나게 할 땐 예의 바른 공손함으로 되갚아 주세요 당신을 화나게 한 상대방은 하나 더 미움을 얻고 가련함이 더 해지고 , 당신은 하나 더 미움을 지우고 사랑이 더 해집니다 미움은 단지 순간의 실수일 뿐 지니고 있어야 할 의미는 없습니다 용서함으로써 우리들은 성숙해져 갑니다 미움은 늘 서성이고 있습니다 미움에 지배받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용서가 만든 지우개가 필요합니다 용서함으로써 지우개를 만드신 당신 당신 가슴속에 채워진 것들 중 만약 미움을 지운다면 그만큼 당신은 무엇을 채우시렵니까?

좋은글 좋은말 2023.05.01

오월찬가

오월찬가 오순화 ​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인 냥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숨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좋은글 좋은말 2023.05.01